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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30. 15:03

 

 

 개봉날을 기다려 아기를 맡기고 <기생충>을 보았다. 집 근처 메가박스는 CGV에서 간판만 바뀌고 내부는 모두 그대로인데, 다행히 사운드MX관만은 의자를 비롯한 모든 시설이 바뀌었다. 영화 한 편을 보러 오면서도 혹시 아기를 보는 분에게 연락이 올까, 마음이 초조해 불빛이 보이지 않게 휴대폰을 들썩였다 놓기를 반복했다. 

 영화를 다 보고 걸어오는 짧은 순간 생각했다(내겐 요즘 시간이 아주 짧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나이드는 일과 숙련되어가는 천재에 대해. 봉준호는 처음부터 천재였고 지금은 노련한, 숙련된 천재다.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일과 숙련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스스로를 노련하게 담금질하는 일 중 어떤 편이 더 갖기 어려운 행운일까. 지금은 추락한 한때의 천재들과 꾸준한 범재들을 떠올려보지만 갸우뚱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 하나는 천재성을 가지지 못한 나같은 평범자들에겐, 애초에 선택권이 없다는 점. 그게 오히려 얼마나 더 편한지 모른다. 

 짧게 조각나있는 자유시간들을 여러 갈래에 담을 수는 없다.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