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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4. 13:02

 

 어제는 밤 10시쯤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미친 듯이 바람이 들이닥쳤다. 바람과 비가 동시에 하늘에서 쏟아지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아기방에 들러 잠자는 아기를 보고 있던 나는 전쟁이나 비슷한 재난이 닥친 줄만 알았다. 잘 자는 아기를 공연히 한번 더 쓰다듬고 있는데 빗소리를 듣고 놀란 남편도 안방에서 걸어나온다. 열어둔 창문들을 분주히 닫으러 돌아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온 집안을 분주히 울린다. 

 어른 둘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한데 아기는 옆으로 누운 채 작은 손가락을 그러쥐고 잘만 잔다. 잠드는 타이밍을 놓쳐 여덟시까지 악을 쓰고 울다가 늦게 잠든 참이었다. 평온한 아기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돌풍과 비가 잦아들자 매미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한다. 매미 울음소리는 언제나 조금 다급하고 또 사납지만 이번은 더하다. 서로 안부를 묻는 것 같다. 누구야 괜찮니? 누구는 무사하니? 누구는 안 다쳤니?

 태풍이나 돌풍, 우박과 벼락같은 심란한 날씨가 이어진 다음이면 어김없이 매미들이 운다. 더 절박하고 더 궁금한 목소리로 운다. 간밤에 다친 이는 없는지, 모두 무사한지, 아침을 다시 맞이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야기하면서. 

 다음날, 한낮의 쏟아지는 햇볕 아래로 걷는데 매미들이 아우성쳤다. 살아남은 기쁨, 마지막인줄도 모르고 불태우는 삶의 기쁨들이 소리로 전해졌다. 이제 곧 처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앞에 처서가 다가와있는 줄도 모른 채 또 하루 살아가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도리가 없다. 매미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다른 존재가 될 수는 없으니까. 

 다만 비 긋은 후 더 열심히 우는 매미처럼, 목청껏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보고 외쳐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