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77)
A (17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9. 10. 16. 13:29

 

 지하주차장에는 한밤의 세차원이 다녀간다. 퇴근하고 나면 출근하기 전에 차를 세차해준다는 말에 냉큼 전화번호를 받아 명함을 저장하고 문자를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간 세차해주는 데 오만원이다. 한 번 다녀가는데 만 이천원꼴. 버스도 지하철도 다 끊기는 한밤중에 와서 일하고 가는데 너무 싸게 쳐서, 대체 몇 대나 닦아야 고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셈을 해보기도 했다. 

 어제는 한밤의 세차원이 다녀가는 날이었다. 아주 늦게 퇴근하고 아주 이른 출근을 해도 그 사이에 차를 닦을 시간은 얼만든지 있다는 듯 다녀간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아무도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왁스칠을 하고 걸레질을 해 낡은 자동차를 닦아내고 있을 분주한 풍경을 상상한다. 보닛과 휠을 공들여 닦고 유리창의 지문들을 지워내는 순간을. 남의 노동을 상상하면 왠지 내가 다 고되어져,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잠도 스르르 찾아오는데 겨우 돈 오만원에 지나친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죄책감이 약간은 묻어 있는 스르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