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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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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자주 꾸고 기억도 곧잘 한다. 어제는 문이 열린 우리 집 창문틈으로 무서운 무언가가 침입하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느낀 그 공포가 어찌나 또렷하고 현실감있던지,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공포로 마음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바로 이틀인가 사흘 전에는 가까운 사람이 잘못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역시 꿈에서였다. 억억 하며 울음소리를 내며 울었다. 꿈 속이었지만 깨고 나서도 그 무너지는 심정이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어 눈 떴음에 어찌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현실에선 감정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희노애락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언제나 좁은 맥시멈과 미니멈의 감정그래프 안에서 적당한 곡선을 그리며 안정적으로 오간다. 그런데 꿈만 꾸면 너무 무섭거나 너무 슬프거나 너무 두렵다(희한하게 너무 행복한 꿈은 꿔본 적이 없다). 종현이 일만 해도 그렇다. 지난 2년 사이 종현이 꿈을 열 번은 꾸었다. 그 때마다 굉장히 많이, 마음이 망치에 맞아 산산조각난 것처럼 슬펐다. 꿈에서 울다가 눈을 떴는데 여전히 울고 있기도 했다. 정작 현실의 나는 종현이를 추모하며 소리내어 제대로 울어본 기억이 없는데도.

 꿈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다 조금 이상한가, 하고 아주 잠깐 생각에 잠긴다. 현실의 나는 이렇게 평온하고 심지어 행복한데 꿈 속의 나는 어째서 대체로 미친듯이 두렵고 죽을 듯이 슬퍼질까. 의식이 잠잠해진 세계에선 나 자신조차도 낯설 만큼 강렬한 감정들이 휘몰아치는데, 눈을 뜨면 언제나 평온하다. 꿈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고 일어나서 평화로운 표정을 장착한다.

어쩌면 내 마음은 현실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 묻고 미뤄버리고 지금을 살아가느라 너무 바쁘니 어쩔 수 없는 걸까. 본체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그 감정들이 밤만 되면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다시 달려든다. 꿈 속의 내 마음은 그 모든 걸 대리체험하느라 밤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아침이면 녹초가 된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이면 금방 다시 정신을 차리긴 하는 효율 좋은 마음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