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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아기의 비밀'에 해당되는 글 17건
2023. 11. 7. 19:27

 
 퇴근하고도 계속되는 업무카톡에 반쯤은 정신이 없는채로 딸의 물음에 대답하다가. 
 
 "엄마는 파랑놀이터랑 주황놀이터랑 어느 쪽이 더 좋아?" 
 "음... 엄마는 비슷비슷한거 같은데."
 "어른이 되면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 
 
아닌데 나 사실은 파랑놀이터 더 좋아하는데.


 
 
 

2022. 4. 19. 11:06

 

 "사랑하면 얼굴을 많이 봐야되는데, 나는 어린이집에 다녀서 엄마 얼굴을 많이 못봐. 엄마 사랑을 많이 못 받는 것 같아."

 37개월의 항변에 대꾸할 말이 없어 내일은 함께 놀러 가기로 했다.  

 

 

 

2022. 4. 4. 14:09


엄마를 바래다드리고 돌아오는 길,
시간이 아쉽고 서럽다.
테라로사 이럴 때 꼭 문을 닫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려 했는데. 

유하는 너무 쿨하게 토르할머니를 보낸다. 내 자식인데도 얄밉다.

 

 

2022. 4. 1. 10:32



어린이집을 안 가고 이케아에 가서 실컷 놀고 온 날.
블럭 기차놀이를 하는데 옆에서 어른들이 아이고 귀여워 하고 지나가던 게 기억나, 잠들기 전 물어봤다.

“유하야 왜 어른들이 아이고 귀여워~” 하는 거 같아?
“글쎄 얼굴에 뾰루지가 없고 깨끗해서 그런가?”

 

 

2022. 3. 29. 11:23

 

 어제 네시부터 여섯시까지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았던 덕인지(그래도 다 못놀았다고 울면서 들어왔다) 유하는 제하와 함께 열시가 좀 넘어 스르륵 잠들었다. 제하는 누나가 놀 때 옆의 유모차에서 무료하게 실려 잠을 잔 탓에 상대적으로 늦은 취침이었다. 기저귀에 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아침 아홉시까지 깨지 않고 푹 잘잔 아이의 기분은 맑았다. 양이 아직 푸르니에 가보질 못해 가고 싶어한다고 아침부터 상황극을 벌이니 눈이 반짝인다. 양아 너가 속상했구나? 양을 품에 안고 밥도 먹고, 푸르니에 데려가기 위해 미적거리지도 않고 잽싸게 옷을 입는다. 옆에서 중간중간에 매애애애 얼른 푸르니 가보고 싶어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조금 쌀쌀하지만 볕이 따수운 봄날,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자전거 앞에 타고선 "오늘은 정말 특별한 하루야! 또 어떤 재밌는 일이 생길까?" 하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대사가 너무나도 전형적인 어린이같아 웃음이 나온다. "찡그린 얼굴들의 마을에 가볼까?" 얼마 전 뒷산을 넘어오고 나서 찡그린 얼굴들의 마을이라는 테마를 지어낸 유하. 한참 신나게 재잘대더니 엠비씨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풀이 죽기 시작한다. 입구에서는 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나비반, 꿀벌반 아기들이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간다.

 아이를 떼어놓고 반은 홀가분하고 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 못쓴 글을 쓰러 엄마의 서재에 들른다. 며칠 문을 닫았다 다시 연 탓인지 손님은 나와 다른 모녀 한 팀 뿐이다. 유하와 거의 또래인 것 같은 여자아이가 엄마를 따라 종종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이것 저것 물어본다. 아, 여기는 엄마의 서재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올 수 있는 곳이었지. 동화책도 있고 사람도 적은 편이니.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휴직기간이 끝나기 전에 여기에도 한 번 데려와봐야겠다. 분명 좀 지루해하고 심심해하겠지만 그래도 옆에 앉혀두고 책을 같이 보는 분위기를 한번 연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라디오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어쩌다보니 아이 생각을 하고 있다. 

 

 

+까지 생각했는데 옆의 아기가 갑자기 "응가 마려워요!" 라고 외친다.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급히 화장실로 간다. 역시... 혼자 오는 편이 나을 것 같다. 

2022. 3. 23. 10:08



“엄마는 열시 넘으면 체력이 고갈된단다”
“??? 그건 좀 어려운 말이네”

2022. 3. 17. 10:30


“나는 하늘나라 갈 때 얘네들 다 데려가야돼. 가방에 넣어서 뻐끔이 토토 쿠라 여우 데려가야돼. 내가 얘네들 엄마라서 돌봐줘야 하거든”

 

 

 

2022. 1. 6. 12:51

 

 

 4세 : 등하원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 길가의 차량들을 응원한다. "힘내라! 힘내라! 우리 차들 힘내라! 멋진 차들 힘내라!"(미완성 리을 발음이 귀여움의 핵심)

 2세 : 좋아하는 사람 앞으로 아따따따 하고 기어가 배를 보이며 발라당 드러눕는다(배를 간질어주면 좋아한다). 

 

 

2021. 6. 3. 11:54

서재 벽에 붙어있는 부부의 여행사진을 보던 첫째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아기 낳고 못생겨졌어". 예전에 여행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들은 엄마와 아빠가 아기'들'을 낳기 전에, 젊었을 때 찍은 거라고 얘기했던 걸 기억한 모양이다. 뭐...?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물었다. "엄마가 아기 낳고 못생겨졌어?" 아기는 태연하게 확인해준다. "응". 믿을 수 없다. "그럼 아빠는?" "아빠는 생겼어" (억울하다).

아기들 눈이 세상에서 제일 정직하다더니...아무리 집이라지만 립밤이라도 바르고 있어야 하는건가. 안그래도 못생겨졌다는 얼굴을 더 못생기게 일그러뜨리고 있으니 아기가 멋쩍은 표정으로 급히 정정한다. "아니야 아니야 엄마 생겼어". 팔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둘째를 안은 채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엄마 진짜 못생겨졌어? 아직 초점맞추기 기능이 덜 완성된 둘째가 화들짝 놀라며 눈동자와 입을 한껏 모으더니 사시가 된 채로 얼어붙어 한동안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20. 4. 12. 22:51

 

 아기가 잠들고 고요한 저녁이 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 달, 두 달,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일 년 전 즈음에서 멈춘다. 아주 작은 아기를 둘러싼 부모님들의 사진을 본다. 한참 당황스런 마음으로 사진 앞에 머무른다. 시간을 무럭무럭 먹고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팔다리가 자라난 아기와, 고작 일 년 차이인데도 남아있던 생기가 조금 더 흘러나간 것만 같은 어른들. 아기에겐 시간이 달콤하고 맛있는 재료라면, 우리 어른들에게 시간은 여기저기를 훅훅 치고 들어오는 칼날같다. 오늘은 여기를 용케 피했지만 내일도 저기를 요행히 피할 수 있을런지는 확신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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