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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4. 23:06

 

 아기를 재우느라 누워서 등을 긁어주는데(노인같은 잠버릇이 있다) 어린 시절 살던 대단지 아파트 안의 상가 2층이었나 3층 풍경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상가에 있던 안경점. 단지가 큰 만큼 상가도 커서 없는 가게가 없었는데 문구점만 해도 두 개였고, 비디오가게 쌀가게 반찬가게 철물상 분식점 이런 가게들이 1층에 있었고 2층엔 주로 학원이나 미용실이 자리했던 것 같다. 참, 빵집도 있었다. 

 2층 안경점의 진열대 너머 전시돼있는 안경테를 굽어보던 내 모습이 퍼뜩 떠올랐다. 최소 20년은 넘은 풍경일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어제의 실수 때문에 떠오른걸까. 렌즈를 빼지 않고 밤새 그대로 잤다가, 출근길에 눈이 너무 잘보여 그제야 깨달았다. 일회용 렌즈를 24시간 넘게 그대로 차고 일하고 잠자고 일어나 씻고 또 일하러 나왔다는걸. 

 하루종일 눈이 시리고 아파서 인공눈물을 몇 통이나 썼는지 모른다. 며칠간은 내리 안경만 껴야겠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불을 끄고 어두운 방 안에서 자장가를 부르다보니, 아주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풍경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기억은 안경점에서 2층 미용실로, 그리고 단지를 벗어나 꽤 걸어가야 했던 신발가게로까지 뻗쳐나갔다. 그 신발가게에서 운동화를 사 신고 돌아오던 어느 시절. 내가 무척 좋아했던 것 같고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던 아주 짧은 장면들. 

 모든 게 너무 짧기만 해 애달프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