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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6. 10:49

 

 퇴근해 문을 여니 아기가 할머니 등에 포대기로 업힌 채 울고 있다. 돌이 지나고는 업히는 일도, 우는 일도 거의 없었는데 웬일인지. 이야길 들어보니 어릴 때부터 잘 듣던 동요 씨디를 듣다가 특정 곡만 나오면 울음이 터진단거였다. 단조의 슬픈 노래도 아니고 아주 발랄한 곡이어서,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씻고 나와 아기와 같이 그 노래를 다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입을 삐죽삐죽하더니 아주 슬픈 표정으로 구슬프게 눈물을 떨궜다. 

 잠자리에 누워 아까 왜 아기곰 노래 들으면서 울었어? 하니 아기곰 잉잉잉, 이라고만 한다. 속상해? 슬펐어? 보통 말이 많은 편인데 왠지 오용하더니 혼자 돌아눕는다. 아기곰이 섬집아기처럼 혼자 집을 보는 내용도 아니고 가족들이랑 어울려 즐겁게 논다는 이야긴데 어디가 슬펐을까. 아님, 가족들이랑 어울려 즐겁게 노는 내용이라 슬펐을까. 돌아누운 아기는 혼자 이 노래 저 노래를 부르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금방 잠에 들었다. 잠든 아기의 얼굴을 쓸어보는데 눈을 감은 표정이 이상하게 쓸쓸해 보였다. 16개월 인생에도 내가 알 수 없는 센티멘탈이 있구나. 요즘 장맛비가 내리는 창가에 유난히 오래 서 있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