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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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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부고에 모두가 놀랐다. 별다른 인연이 없는 나 역시도 침울해졌다. 두어달 전 섭외를 위해 전화했을 때, 건강 문제 때문에 어렵겠다는 대답을 듣고 아주 잠깐 걱정했던 게 끝이었다. 추억이랄 게 없는 나에게도 어머니와 딸이 함께 갔다, 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마지막 풍경이 드리우는 그늘이 아주 넓고 깊었다. 제대로 부모 노릇을 하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모가 되었다고 자녀의 어려움을 상상하게 되고 감정이입하게 되어서일까. 

 아주 비슷한 경우는 아니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간혹은 어린 자녀의 삶을 함께 데리고 가는 경우를 접한다. 질병이나 생활고같은 삶의 직접적인 고통 앞에서 도무지 어찌할 길이 없어 선택 아닌 선택했을 그 마지막 앞에선, 뭐라고 입을 댈 수 없게 된다. 자녀의 삶에 대해 부모가 쉽게 소유권을 행사해선 안된다, 기사 말미에 흔히 붙이기 쉬운 전문가의 지적 같은 것도 감히 하기 어려워진다. 사회면 기사를 벗어나면, 학자나 전문가들의 한 줄 코멘트를 벗어난 실제 삶의 영역에서 개인의 고통이 얼마나 오롯이 개인과 가족의 몫인지 알기 때문이다. 공동체와 사회는 그래선 안 된다, 당위를 내세우며 지적할 때나 모습을 드러내기 일쑤다. 얼마나 많은 질환이, 가정사가, 경제적 이유가,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고 처리되고 마는지. 사회의 시스템 미비를 탓하기 이전에, 사실 고통 자체가 얼마나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어른으로 살아가며 경험하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절절하게 깨달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인연도 없는 고인의 부고를 들으며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해진다. 넘치게 기쁨 많은 삶이지만, 고통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 고민조차도 배부른 편에 속하단 걸 느끼며 몸서리치게 된다. 난 평정심이 강한 편이야, 난 의연한 편이야, 난 우울하지 않은 편이야... 이런 자신들이 사실은 얼마나 덧없는 한순간의 착각일 뿐인지 벌써 너무나 알 것 같다. 알고 싶진 않지만. 늘 깨닫게 된다. 인간은 얼마나 작고 무력하고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지. 다만 고통 앞에 속수무책인 우리 인간들, 다른 많은 무력한 타인들을 생각하며 가을 아침 잠깐의 기도를 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