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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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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리나> 첫머리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썼는데, 여자 얼굴의 미추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싶다. 내 생각에(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로 받아들여주었으면 하는데), 아름다운 여자는 대부분 '아름답다'는 공통항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그녀들은 저마다 황금빛 털을 지닌 아름다운 원숭이를 한 마리씩 등에 업고 있다. 원숭이들의 털의 광택이며 빛깔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이 발하는 눈부신 빛에 결국은 다 비슷해 보인다. 

 그에 비해 못생긴 여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독자적으로 거친 털의 원숭이를 업고 있다. 원숭이들의 털이 어떻게 거칠고, 듬성듬성하고, 지저분한지는 저마다 세세하게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원숭이들은 거의 빛나지 않기에 황금색 눈부심이 우리 눈을 어지럽힐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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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중 '사육제'에 실린 구절. 부적절한 묘사지만 순간 웃음이 터져나와서 기록해둔다. 이번 소설집에선 원숭이가 등장하는 부분, '사육제'의 윗 구절과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 가장 재밌었다. 낡고 허름하지만 온천수는 그럴듯한 오래된 료칸에서 원숭이 집사와 함께 지난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며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