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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9. 10:14

 

 아이 둘을 양 팔에 하나씩 끼고 토닥이다 나도 잠이 든 모양이었다. 한밤인지 새벽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데 엄마, 엄마, 쉬했어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눈도 뜨지 않고 더듬더듬 바지를 갈아입히는데 아 방금까지 꾸던 꿈의 몇 장면이 너무 생생하다. 첫번째 장면에서는 내가 샤넬 부츠를 신어보려 발을 넣고 있었다(샤넬? 여튼 꿈이니까). 부츠 안에 모양을 잡기 위해 넣어둔 종이 뭉치며 가죽을 감싼 비닐 포장이 아직 뜯어지지 않은 채인데 신발에 웬 사용설명서가 딸려있는 게 아닌가. 읽어보려는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거기선 야간분만이(라고 지칭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호칭이지만)쉐쿄바레 무뵤바레에 여전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비어있던 지난 몇 년간 계속. 그 일기장 속에선 여전히 날 것의 언어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어 간만에 설레는 독자의 마음으로 열심히 읽었다. 와, OOO작가님이 아니라 진짜 야간분만이 돌아왔다! 소리치면서. 그러다 세 번째 장면으로 넘어간다. 샤넬부츠, 야간분만, 그리고... 샤넬부츠, 야간분만, 그리고...그리고... 

 쉬 한 아기를 다시 토닥토닥 재우며 열심히 세 장면을 잊지 않겠다고 복기하며 잠들었는데... 무색하게도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 부츠, 야간분만, 그 다음 마지막... 아주 중요한 장면이 하나 등장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