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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 16:06

 

 요즘 꿈의 결이 좀 달라졌다. 정확히는 내가 꿀 것 같지 않은 꿈을 자주 꾼다. 똑같은 시험치는 꿈, 모의고사를 앞두고 초조해하는 꿈이더라도 느낌이 좀 다르다. 원래의 나라면 수학 시간에 쩔쩔맸을테지만 요즘 꾸는 꿈에서는 뜬금없이 사회 시간에 쩔쩔매는 편이 되었달까. 난데없이 야구장 한가운데에 서서 열심히 야구를 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그대여 이제 볼이랑 스트라이크는 구분하는가...) 첫사랑 고백을 앞둔 심정이 되어 두근두근 볼이 빨개지는 소년 혹은 소녀가 되어 있기도 하고 여하튼 꿈의 스펙트럼이 변했다. 이유는 아마도 하나. 다른 존재가 세를 들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들어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벌써부터 몸이 고단하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지만 구역감과 구토 증상은 정말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셈한다 하더라도 제일 힘든 축에 속한다. 약을 먹으면 구토 자체는 좀 참아지지만 땅바닥으로 주저앉은 컨디션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다. 그나마 요령이 생겨서, 두 시간의 생방송 중 뉴스가 나가는 십 분 사이에 잽싸게 화장실로 달려가 해결(!)하고 오는 게 루틴이 되었다. 네네, 저녁 일곱 시만 되면 생방 스튜디오 옆 화장실에서 웩웩거리는 사람이 접니다.

 다른 존재라는 건 진짜 이질적이다. 꿈도 달라지고 몸도 달라진다. 컨디션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다. 낮엔 항시 졸립고 밤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평소엔 좋아하던 음식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양 못 먹게 된다. 늘상 하던 루틴들도 사라진다. 당장 커피를 줄이게 되고, 주말 저녁이면 소량 홀짝이던 맥주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피부는 더 거칠어지고 지금껏 멀쩡히 작동했던 장기들은 갑자기 제각기의 불평불만을 늘어놓느라 태업하거나 파업한다. 겪었던 일이라고 결코 쉬워지진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열 명씩 낳아 길렀던 위대한 어머니들 역시 열 번의 모든 과정이 똑같이 힘들고 어려웠을 거다. 적응되는 어려움이 있고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데, 단연코 후자 쪽이다. 내가 가져온 어려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존재, 완전히 다른 존재가 가지고 온 이질적인 어려움. 아주 낯설고 또 다른.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신물과 구역감을 마주할 때마다 다른 존재를 생각한다. 달라서 힘든 거구나, 달라서 결코 나 같을 수 없구나, 내 마음과 내 몸 같을 수 없겠구나. 어쩌면 이 지난한 과정은 다른 존재를 납득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예비 훈련같은 걸지도 모른다. 다르다는 것, 영원한 매혹이지만 영원히 내 맘 같지 않으리라는 걸 시작부터 알고 들어가라는. 몸으로 먼저 몸소 체험하고 무릎 꿇게 만들고야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