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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29. 12:54


 편집을 할 때는 대부분 노래를 듣지 않는다. 노래가 시작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만 잘 페이드인, 페이드아웃 되는지 확인하고 넘긴다. 그런데 아주 가끔 가만히 다 듣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좋은 노래라서가 아니라 이십대에 들었던 노래들과 마주할 때 그렇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얼른 주말 방송을 편집하고 퇴근해야지 싶어 노래를 스킵하는데 이십대의 어느 날엔가 즐겨 들었던 노래가 한 곡 들어있었다. 2009년 봄에 발매된 음반이었다. 스물 셋에 들었던 노래가 그때를 그대로 품은 채 다시 들려올 때, 그럴 땐 편집기 앞에 앉아있어도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을 타고 아주 멀리 다녀왔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 음악을 들으며 걸었던 길과 풍경들이 눈 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달라진 것 없는 것 같지만 아주 타인처럼 느껴지는 그 시절의 나도 함께. 


 이십대는 어떤 시기이길래, 그 시절의 노래는 이렇게 오래 남아있는걸까. 지금 듣는 노래들도 십년 후 내게 그렇게 진하게 남을 수 있을까. 이십대를 떠나온지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지나간 이십대가 그립고 또 아쉽다. 이렇게 뭐든지 진하고 강렬하게 남을 줄 알았다면 더 많은 노래를 듣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더 많은 책을 읽을 걸 그랬다. 아마 사십대가 되면 삼십대를 그리워하며 똑같이 말하고 있겠지. 삼십대에 더 많이 듣고, 쓰고, 읽고, 말할 걸 그랬다고. 오늘도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