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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2. 11:19

 

 딸아이는 늘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한다. 1년이 넘었는데도 다섯 번을 가면 세 번은 울며 들어간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데 나도 엄청난 등원 거부자였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침에 화장실에서 일부러 나오지 않았고, 사회체육센터를 다닐 때는 셔틀을 타러 갔다가 나를 향해 오는 버스를 보고도 못 본 척 다른 곳을 쳐다보며 차를 놓쳤다(기사분이 클락션을 울렸던 것까지 생생하다). 또래들이 우글우글한 공간에서 몇 시간을 함께 밥도 먹고 놀이도 하고 잠도 자야한다니 상상만 해도...자신이 없어진다. 요즘도 누군가를 만나면 온 기운을 다 빼앗기고  허우적대며 겨우 돌아오는데 우리 딸아이도 그런 걸까. 

 문 안으로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면 꼭 창문으로 선생님과 함께 나와 손인사를 하며 내가 돌아서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늘 웃다가 울고야 만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마스크 위로 보이던 눈이 반달에서 여덟 팔자로 일그러지고 선생님이 아이를 안은 채 황급히 뒤로 돌아서면 나도 출석 어플을 체크한 뒤 돌아 나온다. 차라리 소리를 듣는다면 마음이 편할텐데. 소리 없는 울음의 모양을 보고 나오는 날이면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유리 너머 어렴풋이 보이던 울음의 모양, 들리지 않지만 그래서 더 잘 보이는 얼굴. 웃음에서 울음으로 변할 때 달라지는 근육들은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강렬한 이미지가 되어 잔상으로 남는다. 소리 없는 울음의 민낯은 얼마나 강렬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