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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2. 12:02

 

 과거만큼 안전한 여행지는 없다. 과거에서는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못한다. 일어날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나거나 끝났으며 진행중인 사건들 역시 치명적일만큼 놀랍지는 않다. 중간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이 희미해진 자리엔 비교적 좋았던 기억들만 남아 여행자들을 미소짓게 한다. 과거의 제국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여기저기서 멈추어 서서 과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 시절이 남긴 유산의 양에 놀라고, 기억이 가물거리면 사진첩이나 다이어리같은 해설지를 뒤적여본다.

 세상의 다른 박물관이나 유적지가 그렇게 하듯이, 입장객들에게 다만 오백 원씩이라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인류를 그보다 더 생생하게 보존해둔 곳이 있을까. 개인과 무리의 모든 말과 행동이 사진과 텍스트로 박제되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00년 전의 생활상을 보듯 싸이월드에서 20년 전의 머릿속을 보고 놀란다. 여행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약간의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남는다. 입장료도 내지 않고 너무 놀라운 세상에 다녀왔다는 미안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