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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 23:14

 

 마땅한 병원이 없어 꽤 먼 거리의 대학병원엘 다닌다. 정기검진 때문에 방문한 며칠 전 대학병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인지 입구부터 왠지 전과는 다른 분위기. 손 소독을 몇 번이나 하고 문고리를 잡을 일이 있을 때마다 팔꿈치로 대신 밀며 잔뜩 곤두서 진료를 마쳤다. 터치식 기계로 수납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러 손을 박박 닦은 뒤 병원을 떠나려는데, 

 한 할머니가 병원 로비에 마련된 벤치에서 누군가의 손을 너무나 간절하게 잡고 있었다. 눈을 감고 기도하시는 중이었다. 할머니에게 손을 부여잡힌 사람은, 사람이긴 한데 진짜 사람은 아니고 예수님의 형태를 본딴 동상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옆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크기의 동상. 백발이 성성하고 어깨와 등이 잔뜩 굽은 낯모르는 할머니가, 동색 두 손을 꽉 맞잡은 채 눈을 질끈 감고 너무나 간절한 포즈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세상에 그 간절함이 할머니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가득 차있다는 걸 지나가다 스치듯 그 모습을 마주한 나조차도 너무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화장실에서 나오다 말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모르게 그 순간만큼은 간절하게 그 할머니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저 할머니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제발 들어주시길, 누군가의 고통 때문에 기도하는 중이라면 그 고통을 아주 조금만이라도 덜어주시길. 큰 로비를 천천히 걸어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도, 할머니는 꽉 마주잡은 두 손을 놓지 못하고 작게 웅크린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