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77)
A (177)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22. 6. 2. 13:01

 

 여름의 하이라이트는 바닥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를 쳐다보고 밟으며 지나다니는 일. 횡단보도 앞에서, 커피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상가 앞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들르는 소아과 가는 길가에서, 고개를 떨구면 발바닥 근처에서 아른대는 여름의 모양들. 바람에 흔들리는 생동감은 분명히 여름의 나뭇잎이지만 열기는 음소거되고 조용히 흔들리기만 한다. 여름 나뭇잎 그림자들은 아무리 밟아도 데지도 젖지도 않는다. 너무한 열기와 땀과 습도같은 것들을 필터로 곱게 한 겹 걸러내면 이런 모양이 될까. 한참 발바닥 언저리를 쳐다보다 앞으로 나아간다. 다음 여름 그림자를 밟기 위해서. 이 계절이 아니면 다시는 밞을 수 없는 여름의 나뭇잎 그림자들을 바라보기 위해서.

 겨울엔 겨울로 전력질주하지만 여름은 아무래도 조금 떨어져서 느끼는 편이 좋다. 이렇게 그림자나 밟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