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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29. 11:23

 

 어제 네시부터 여섯시까지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았던 덕인지(그래도 다 못놀았다고 울면서 들어왔다) 유하는 제하와 함께 열시가 좀 넘어 스르륵 잠들었다. 제하는 누나가 놀 때 옆의 유모차에서 무료하게 실려 잠을 잔 탓에 상대적으로 늦은 취침이었다. 기저귀에 쉬를 하는 줄도 모르고 아침 아홉시까지 깨지 않고 푹 잘잔 아이의 기분은 맑았다. 양이 아직 푸르니에 가보질 못해 가고 싶어한다고 아침부터 상황극을 벌이니 눈이 반짝인다. 양아 너가 속상했구나? 양을 품에 안고 밥도 먹고, 푸르니에 데려가기 위해 미적거리지도 않고 잽싸게 옷을 입는다. 옆에서 중간중간에 매애애애 얼른 푸르니 가보고 싶어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조금 쌀쌀하지만 볕이 따수운 봄날,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자전거 앞에 타고선 "오늘은 정말 특별한 하루야! 또 어떤 재밌는 일이 생길까?" 하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대사가 너무나도 전형적인 어린이같아 웃음이 나온다. "찡그린 얼굴들의 마을에 가볼까?" 얼마 전 뒷산을 넘어오고 나서 찡그린 얼굴들의 마을이라는 테마를 지어낸 유하. 한참 신나게 재잘대더니 엠비씨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풀이 죽기 시작한다. 입구에서는 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나비반, 꿀벌반 아기들이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간다.

 아이를 떼어놓고 반은 홀가분하고 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 못쓴 글을 쓰러 엄마의 서재에 들른다. 며칠 문을 닫았다 다시 연 탓인지 손님은 나와 다른 모녀 한 팀 뿐이다. 유하와 거의 또래인 것 같은 여자아이가 엄마를 따라 종종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이것 저것 물어본다. 아, 여기는 엄마의 서재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올 수 있는 곳이었지. 동화책도 있고 사람도 적은 편이니.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휴직기간이 끝나기 전에 여기에도 한 번 데려와봐야겠다. 분명 좀 지루해하고 심심해하겠지만 그래도 옆에 앉혀두고 책을 같이 보는 분위기를 한번 연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라디오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어쩌다보니 아이 생각을 하고 있다. 

 

 

+까지 생각했는데 옆의 아기가 갑자기 "응가 마려워요!" 라고 외친다.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급히 화장실로 간다. 역시... 혼자 오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