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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 08:57



 꿈에 오래 전 살던 아파트가 나왔다. 대단지 복도식 아파트로, 오천 세대는 족히 넘게 살던 곳이었다. 다시 찾은 아파트 우편함에는 알 수 없는 종이들만 가득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살던 곳, 103동 801호의 우편함을 들여다봤다. 작은 우편함이 뭔가로 터질 듯 꽉 차 있었다. 전단지와 광고물을 버리고 우편함을 쓸어보니, 십오년 전 누군가 내게 보낸 두꺼운 편지들이 여럿 들어있었다. 먼지가 한 겹 쌓여 있어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보려면 먼지를 한참 닦아내야 했다. 봉투가 두툼해서 누가 봐도 꽉꽉 눌러 채운 편지들이 가득 담겨있음을 알 수 있는 편지들이었다. 서둘러 편지들을 챙기는데 우편함 맨 밑에서 두꺼운 공책이 보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십대 시절의 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글씨체는 내 것 같지 않게 어리고 낯설었다. 

 

 공책과 편지를 챙겨서 아파트를 빠져 나오는데 사람들로 붐비던 큰 도로엔 아무도 없이 나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