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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7. 10:39

 

 두 돌이 가까워져가면서 육아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간 평지를 걸어왔다면 갑자기 암벽등반이 시작됐다. 심지어 근력은 인생 최저 수준인데 말이다. 몇 주 전부터 아기는 갑자기 떼를 쓰며 밤 열두시까지 자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겨우 잠들어서도 새벽 두세시에 깨어나선 놀아달라고 보챈다. 말은 청산유수라 자기 싫은 이유가 백 가지는 된다. 엄마랑 재밌게 놀아야 하고, 자기 방이 무섭고, 수박 수영장을 읽어야 하고, 당근 수프도 만들어야 하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떼를 쓰고 뒹구는 아기를 달래며 선잠을 자다 말다 하다보면 어느새 출근시간인데, 이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회사 일이 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인간을 기르는 일에 비하면 난이도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교 불가다. 심지어 회사에선 돈도 주지 않는가. 

 세상 가장 지친 모습으로 발을 질질 끌며 겨우 회사 앞까지 다다라선,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 라떼를 한 잔 겨우 마시고 올라간다. 하루에 십 오분 정도 주어진 혼자 있는 시간. 육아 난이도를 겨우겨우 낮춰주는 건 다름아닌 커피 한 잔. 십여년 전 양천경찰서 옆 카페에서 아침을 해결할 때, 이른 아침부터 모여 커피를 마시며 아기 이야기를 하는 30대 여자들이 너무너무 싫었는데 이제 그 마음을 너무너무 알 것 같다. 아주 잠깐 커피를 들이붓고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도무지 낮아지지 않는 일상의 긴장도 때문에. 카페인을 들이붓지 않으면 이완되지 않는 꽉 뭉친 마음의 근육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