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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6. 10:38

 

 요즘 1인용 책상을 찾아 헤매고 있다. 아주 심플한 기준인데 의외로 찾기가 무척 어렵다. 내 노트북 하나를 딱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 가로폭이 60센티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작은 원목 의자 하나만 쏙 들어갈 정도로, 서랍은 딸려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집에 공간이 없냐...하면 정말로 없다. 명목상의 서재가 있긴 하지만 용도폐기된지 오래다.

 아침과 밤의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선 1인용 책상이 절실하게 필요하단 결론에 이르렀다(역시 기승전물건이다). 보통 아침엔 일곱시 조금 넘으면 내가 먼저 일어나고, 아기가 나를 부르기까진 40분정도가 뜬다. 보통 휴대폰을 보며 뒹굴거리며 아기의 호출에 대기하는데, 요즘따라 이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아기를 재우고 나서도 밤엔 삼사십분이 남는데, 침대에 누워 단편소설 한편이라도 읽다보면 어느새 모로 누워 잠들어 있다. 침대와 독서는 아무래도 내겐 전혀 맞지 않는 조합. 

 아주 완벽한 1인용 책상이 있긴 한데 품절이다. 마켓엠의 1인용 책상이다. 군더더기 없는 물푸레나무로 깔끔한 디귿자, 다리를 쏙 집어넣고 노트북을 펼치면 책상이 꽉 찬다. 스탠드 하나 정도 올려놓을 공간이 남는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구할 길이 없다. 중고나라 키워드를 등록해놓아도 잘 뜨질 않는다. 무인양품에 딱 그런 제품이 있지 않을까 해서 뒤져봤는데 의외로 찾기가 어렵다. 역시 얼른 제작을 맡겨야 할까.

 오늘도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뒹굴거리며 아기의 호출을 기다리다, 단정한 원목으로 제작된 완벽한 1인용 책상을 찾아헤맸다. 오늘의 집을 한시간이나 뒤졌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읽다 만 <런던스케치>는 오늘도 침대 옆에서 나뒹굴고 있다. <미국식 결혼>은 사놓고 아직 한 페이지도 펼치질 못했다. 스스로가 약간 한심해지려는 찰나 마음이 잽싸게 핑계를 댔다. 이게 다 아직 완벽한 1인용 책상을 찾지 못해서 그런거야. 나는 아주 공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둡지 않은 원목으로 만들어진 아주 똑 떨어지는 1인용 책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아, 세상에 달콤하고 합리적인 핑계란 얼마나 많은가. 오늘도 내 마음은 너무 편하다. 언젠가 아주 완벽한 1인용 책상을 찾는 날에는, 그런 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