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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7. 23:52

 

1.

 일주일만에 다시 공항에 돌아왔다. 부모를 따라 작은 여행가방을 맨 아이들을 보니 다시 몸 어딘가에서 아기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종종 잊었다. 내 뱃속에서 키워서 낳은 아기가 둘이나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말하고 걸어다니며 나를 그리워한다는 걸, 아기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짧은 망각의 순간은 눈에 아기들이 들어오는 순간 깨어진다. 낯선 장소에서 마주치는 서너살 남자 아기들, 국적 불문하고 드레스를 차려입은 대여섯살 여자 아이들. 갓난아기나 초등학생들은 절대로 망각을 깨지 못한다. 비슷한 실루엣과 표정과 몸짓이 눈에서부터 살아나야만 감각이 재부팅되기 시작한다. 서서히 깨어난 감각은 대체로 뱃속으로 내려가 어딘가를 간지럽히고 조금 죄기도 한다(아무래도 마음은 뱃속에 있는걸까?). 단절되었다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 싫지는 않다. 단절되었다는 것도, 연결된다는 것도 모두. 

2. 

요즘 내가 바라는 것 : 새로운 노래를 들은 후 진심으로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 일. 계속 다시 듣게 되는 기적. 그런 기적이 다시 일어날까?

3.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오는 동안은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최은영 작가의 신간을 읽고나니 여섯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쓰지 못했던 잡다한 단상들을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쓸 수 없었다. 쓰는 게 별로 어렵지 않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어렵다.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은 사람처럼, 입술을 열기가 어렵고 혀를 움직이는 게 거추장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