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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3. 23:06

 

 

 이사를 고민중이라는 누군가와 밥을 먹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상암동 정말 좋아요. 꼭 살아보세요. 헤어지고 나서 어두운 상암동 거리를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주 오래 전, 2007년 혹은 2008년 언저리에 처음 상암동에 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수업 과제 때문에 영상자료원엘 들른 참이었다. 관악구에선 너무 멀어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겨우 도착했던 상암동의 분위기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든 게 너무 황량하고 쓸쓸해 오래 전에 읽은 핵폭발 이후의 지구를 다룬 디스토피아적 소설 속의 한 장면을 걷는 것만 같았다. 인적은 드물고 건물들은 날카로운 금속성을 빛내며 역시 드문드문 들어서 있던.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앞을 기억한다. 지금도 있는 스타벅스가 그 때도 있었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있네, 이런 데도 스타벅스가 있구나. 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잡아타고 상암동을 벗어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동네는 정말 싫다, 서울의 외곽이면서도 다른 외곽 동네들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서울의 분위기라곤 하나도 없이 황량하기만 하다, 상암동은 별로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상암동을 벗어나며 유심히 봤던 건물 중엔 창업복지관도 있었다. 관이 운영하는 건물인데 이렇게 외곽에 있구나. 여기도 마포구인가보네, 마포구의 이미지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그 건물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카페 역시 거기에 있다. 

 시간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요즘은 나의 서울, 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도 이제는 서울의 여러 공간에 대해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아주 보편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 서울의 이런 장소들에 대해 내 마음과 꼭 같은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며칠간 생각하다 귀찮음을 떨치고 아주 짧게라도 써두기로 했다. 역시 처음은 상암동. 좋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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