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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13. 10:36

 2005년에도 걷던 길을 2024년에도 그대로 걸으며 나 이 길을 정말 좋아하지, 하고 곱씹을 줄은 몰랐다. 다섯시 오십분에 출근해 일을 다 마치진 못한 채로 점심 시간에 광화문엘 갔다. 성곡미술관 근처에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장욱진 전시회를 보고, 덕수궁 앞에서부터 신문로 앞까지 잠시 혼자 걸었다. 맑고 춥고 조금 소란스러운 광화문. 카페 아모카도 스폰지하우스도 없어졌지만 그 길을 걷도 있는 순간만큼은 다른 것들을 생각할 필요 없는 혼자가 된 것 같아 홀가분하고 개운했다. 여기엔 뭐가 있었는데 없어졌고 여기엔 뭐가 있었는데 사라졌네... 혼자 길 위에서 들고 나는 것들을 셈해보며 잠시 걸었다. 택시를 타고 급히 사무실로 돌아와 못 다한 일을 저녁나절까지 했다. 평소와 같은 하루였지만 광화문에서 잠시 걷고 온 하루는, 나만 알아볼 수 있을만큼만 풍족해졌다.

다음 금요일엔 꼭 리빙을 봐야하는데 그때까지 상영하고 있을까? 가즈오 이시구로 각본은 꼭 영화관에서 봐야하는데. 혼자 조바심을 내면서 다음 광화문을 기다린다. 맑고 추운 길을 혼자 걷는 상상만으로도 잠시 온 몸에 기운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