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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26. 07:51



 조기축구의 핵심은 소리다. 나는 삼 년째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조기축구회가 지르는 소리들로 잠에서 깨어난다. 에어컨 틀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도 힘들던 지난 한여름에도, 폭설로 운동장이 폐쇄될 지경인 한겨울에도 일요일 아침 일곱시면 어김없이 따흐야 후아 흐아~ 소리로 잠을 깨우는 우리 동네 조기축구회. 심지어 경기 시작 전에 개별 훈련 하시는 분들은 일곱시 전에 운동장에 나오셔서 한참을 연습하시다 본경기에 합류하니, 여섯시가 조금 넘으면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셈이다. 심지어 이 분들의 경기는 90분을 훌쩍 넘어 기본이 두 시간이다. 아침 예닐곱시에 시작되는 따흐아~ 소리는 열시가 되어야 마무리된다.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축구경기를 보게 될 때도 우리동네 조기축구회와 비교하게 된다. 선수들도 이렇게 소리를 많이 지르면서 경기할까? 역시 아니다. 각종 괴성은 조기축구만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이다. 따흐아 으아~ 그리고 아주 가끔 경기가 잘 풀릴 때 나오는 나이수나이수! 소리와 함께하는 박수와 함성. 하지만 대부분의 소리는 역시나 안타까워하는 아흐~ 따흐~ 위주다. 이 소리들은 심지어 공을 차는 소리보다 더 많이 들린다. 


 나는 최근에 들어서 이 조기축구회를 정말로 존경하기 시작했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축구에 대한 무한한 사랑 때문이다. 가끔 경기가 맘대로 풀리지 않을 때 들려오는 그 장탄식을 들으며 누워 있으면 나는 무언가를 저렇게 간절히 원해본 적 있나 싶으면서 새벽부터 반성하게 된다. 오늘도 조기축구회의 간절한 비명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부터 잠에서 깨어나 가만히 누워 그저 감탄중이다. 경기가 끝나면 단체로 사우나에 갔다가 순대국을 한 그릇씩 하시겠지. 상상만 해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코스다. 그나저나 다시 잠을 자야하는데... 아흐 따흐 나이수~ 소리들은 한참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가만히 일어나 창가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로 한다. 역시나 공은 거의 움직이질 않는데 소리 입자들만 바쁘게 허공을 가르고 있다.